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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무라카미 류 <69 sixty nine>

 
 

요즘 다소 심심하다. 책 읽기를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에 가는 것이 즐겁다.

이유는? 이보다 더 시원한 곳, 아늑한 곳,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 없다. 주차장도 대체로 넓고 도서관 내부도 큼지막하니 여유가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도 집보다 더 편하다.

 

결정적으로 너무나 더웠던 올여름, 내가 춘천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춘천 청소년 도서관, 국민생활관 수영장, 박물관의 카페 온유다.

공통점은 시원하고 주차 편하고 공간이 널찍하니 심적 압박감이 없다는 점이다.

 

흠. 써 놓고 보니 나 행복하네.^^

 

 

오늘은 슬로우 slow 하게 간신히 읽은 무라카미 류의 “69”에 대하여 써보려고 한다.

 

 

이 도서는 무라카미 류가 경험한 고등학교 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반항아의 생활과 그 친구들에 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일부 학생들이 보이는 반항과 교사에 대한 반감도 잘 드러나 있어 다소 수세에 몰린 입장에서 이 책을 보기도 했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책을 가끔 읽는다. 둘은 세 살 차이로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작품을 대할 때나 평소 알려진 모습을 보면 대조적이다. 하루키가 가지는 이미지는 정해진 루틴대로 성실하게 사는 ‘마라톤’으로 대변되는 모습이라면 유는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가장 호화롭고 멋진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거침없이 진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통점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해야 하나. 자전적 느낌의 소설을 쓴 경우가 많다.

 

류의 작가로서의 정신은 69라는 책에서 벌써 그 싹이 보인다. 가난하고 없던 시절,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절에 고등학교를 보내는 겐은 예술가의 기질이 다분하고 반항적인 모습이 보인다. 멋들어져 보이고 싶어 하고 얇지만, 당대 세계적인 예술가들에 대한 지식도 있다. 지방 도시 사세보에서 알아주는 북고에 다니면서 다들 공부에 매진하는 분위기에서도 굴하지 않고 작은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고등학생의 무모한 열정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예쁜 여고생들을 유혹하기도 하고 고교생 주도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영화를 찍는 등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행동파이다. 선생님들도 그를 두드려 패고 다소 경계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그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한다.

 

또한 아다마라는 영리하고 공부에 집중하는 친구에게 랭보를 알려주며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 공부에서 멀어지게 하는데 일조를 하기도 한다.

 

읽어보면 주인공 겐은 나와는 종류가 다른 사람이다. 내가 늘 규칙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그는 언제나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것에 숨 막혀하며 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게 산다고 규정하고 그런 삶을 조롱한다. 고등학생의 정해진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 나이에 해야 할 일들을 정하고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 리더십이라고 해야 하나 친구들을 자신의 길에 동행하게 만드는 힘도 가지고 있고 주변의 교사나 이웃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컨트롤하고 이끄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주인공 겐, 누구나 다 꿈꾸는 삶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에서 만나면 재미있고 유쾌한데 내 옆에 이런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이질감을 느끼고 피로해지겠지? 하는 생각과 더불어 그가 만든 축제에서 나는 즐거울까? 물었을 때 아마도 그럴 것 같았다. 그에게 축제의 의미를 묻자, 그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뭔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컨셉을 잡는데 그런 의미 규정에 찬사를 보낸다. 고등학생들의 본능, 또는 축제에 오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본질을 간파하는 점이 그를 문화예술인으로 만든 요소일 것이다.

 

내가 예전에 읽은 책에서 사람은 필수품 95%에 사치품 5%로 산다고 할 때 우리의 삶의 만족도가 결정되는 것은 필수품 95%가 아니라 사치품 5%라고 했다. 그렇다면 예술의 영역이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겐도 사치품이 주는 삶의 만족을 일찍이 알아차려 버린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작가가 되어 사치품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준다.

 

겐은 먹고 자고 입는 데 있어 필요성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간지가 나는지에 따라 옷차림을 하려 하고 진보와 문화의 상징으로 음식을 선정하고 자기 내면을 문화로 표현하는데 타고났다.

평소 지극히 실용적인 나로서는 류의 생각이 일탈적이라 대리만족을 느끼긴 하나 옆에 있으면 불편함을 가져다줄 인물로 느껴진다.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드나 옆에 앉히면 불편할 거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지루한 일상에 확실히 달콤한 이벤트를 안겨줄 인물이기도 하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인생에 초코아이스크림 먹을 때의 달콤함과 시원함을 가져다줄 테니. 우리가 매일 유기농 음식만 먹으며 살 때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듯이 말이다.

 

무라카미 류는 1952년생이다. 작품으로는 오디션, 69,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등이 있고 나는 이러한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멋짐이 폭발하는 그를 보며 한편으로는 질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곤을 느끼기도 한다. 어쨌든 자극적이고 문제적인 작가다.

 

고등학생 겐을 고분고분하지 않고 서구 문물에 대한 동경과 예술에 대한 자신이 가진 자질 등이 자유분방함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잘 묘사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본성과 기질을 바탕으로 세상을 만나고 기죽지 않은 모습이 잘 그려진다.

난 가끔 인간 본능에 대하여 이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인류가 가지고 있는 본능 때문에 인간의 삶이 지탱되는 면도 크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겐이 예쁜 여고생을 봤을 때 느끼는 삶의 환희와 자기 행동의 동력이 되는 것을 볼 때 그렇지. 이러한 면이 인류를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질서가 된다고 하는 느낌이 있다. 마음이 시키지 않는 데 이성적으로 행하기만 한다면 그 세상은 어떠할 것인가.

 

 

69에 나오는 주요 표현을 정리해 봤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어두운 인간은 타인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힘들다.”

 

“예쁜 여학생과 함께라면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수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