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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번
주인공이 좋아하는 물은 유럽의 스파클링 워터인 오레차를 가장 좋아했다. 바카라 크리스털 잔도 갖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바카라 크리스털잔을 찾아보았다. 엄청 크리스털스럽다. 가격은 40만 원대 언저리다. 음 차와 물은 잔이 중요하지. 사람도 외양이 중요하듯.
“올라올 때 신사가 있었지? 거기에 약수터가 있단다. 맛있지? 인도, 잘 들어라. 뭔가 괴로운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먼저 천천히 물을 마셔라. 그러면 일단 마음이 차분해지지. 탁한 물이나 냄새나는 물은 안 돼. 이 물처럼 깨끗하고 맑은 물을 마셔야 한단다.”
그것은 무력감에 압도되어 뭔가 소중한 것을 방기 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수단으로써의 분노였다. 분노를 통해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도 없는 뭔가 하지 않으면 이제 영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괴로운 일을 당했을 때는 힘이 없다. 뭔가 거창하거나 화려한 음식을 먹을 만한 힘이나 금전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단순한 해결책은 쉽게 구할 수 있고 가장 생명력을 유지시켜 주는데 필수적인 물을 마시는 행위이다. 실행이 쉽고 그다지 많은 노력이 들지 않고도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단순히 물이라고 해서 아무 물이나 마시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갈하고 깨끗한 물을 뜻한다.
뭔가 곤란할 때 머리를 싸매고 몸을 동글게 말아 괴로움을 호소하기보다는 가슴을 펴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물 한 모금 마셔보자!
3. 캠핑카
모닝커피를 음미하는 특권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해 몇 년 전 집을 개축하면서 널찍한 베란다를 만들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스웨덴산 나무로 만든 덱체어에 앉아 직접 만든 커피를 마시며 조간신문을 읽는다. 그것이 토미히로가 그려온 정년퇴직 후의 행복한 이미지였다.
나는 젊었을 때 곧잘 해외여행을 한 달씩 하곤 했는데 요즘 누가 어디 여행 가자고 하면 싫은 마음이 먼저 든다. 움직이기 싫다. 날마다 운동하고 영어 공부하고 신문 읽으며 녹음하고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게 좋다. 집안 일도 밀려있고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데 호기심이 생긴 다기보다는 귀찮아진다.
사람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 사고가 굳는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지? 운동으로 신체를 강건하게 만들고 독서와 영어로 정신을 새로움과 만나게 하더라도 사고는 굳어버리는 걸까?
주인공이 은퇴하면 캠핑카로 아내와 즐겁게 지내려고 생각하고 실제로 착수금도 지불한 걸로 전개된다. 그런데 사전에 아내와 의논한 게 아니다. 자신이 결정하면 아내는 즐거워할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은퇴 후 이러한 주인공이 맞닥트리는 현실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은퇴 후 유유자적하며 취미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또한 내가 선한 의도로 계획을 하면 주변은 다 지지해 줄까?
4. 펫 로스 상실감
펫 로스에서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 사람에게 심호흡을 하라고 하면서 물을 마시게 하잖아요.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는 차를 즐길 여유가 없지요. 저는 그래서 차라든지 음료는 단순히 수분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슬픈 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천천히 차를 마시면 도움이 많이 되나고 생각해요”
일정 나이가 되면 서로 상관하지 않고 사는 데 편해지나 보다. 여기 주인공도 실제로는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했지만, 남편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가운데 키우던 강아지가 심장에 이상이 생겨 삶이 끝나는 과정에서 남편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우리는 같이 산다. 그러나 상대방을 잘 모른다. 어떤 계기로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5. 여행 도우미

뭔가를 운반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이동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당시 도쿄라는 고유명사는 희망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생활비보다 어찌할 바 모르는 이 고독감이다.
따스함 같은 게 그립다.
통장 잔고가 50만 엔 아래로 뚝 떨어지자, 택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든지 그도 아니면 더 싼 아파트를 찾든지 슬슬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독서와 차, 편의점 음식과 소주로 무위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추리소설 <제로의 초점> <모래 그룻>
쪼글쪼글하기는 해도 책방 주인 역시 남자임에 틀림없다는 얘기다.
뜻밖에도 내가 그녀의 타입인지도 모른다. 그러게 생각하지 뇌리에 샹들리에가 켜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겐이치 씨는 드물게 아줌마화되지 않은 아저씨예요.”
최근에는 아저씨뿐 아니라 젊은 남자도 순식간에 아줌마화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고독을 견디며 책을 읽은 보람이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헛된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름대로 복장에도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런 정해진 절차가 흐트러지면 사람은 불안하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고 번거롭게도 그 예감은 대체로 현실이 된다.
‘난 댁이랑 달라서 아직 시들지 않았다고,’라고 소리를 내지 않고 속으로 웅얼거리면서 길 옆에 세워둔 4톤 트럭의 운전석에 올라탔다.
우리는 서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사람한테만 할 수 있다. 제멋대로 호리키리 아야코를 희망이라고 여겼지만,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관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는 내내 그런 일이 되풀이되었음을 자각했다. 그 사실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그 와구의 해녀 오두막집에서 해녀들의 열기에 휩쓸린 것처럼 어느 날 폭발적으로 말문이 터졌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 않았던가.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해녀 오두막집에 혼자 멍하니 앉아서 모닥불을 쬐며 손을 덥히던 어린애가 진짜 내가 아닐까?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것도 당연하고, 술집 여자들이 놀이 상대로 나를 선택한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고, 적당히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상대였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한, 심심풀이 땅콩 같은 인간이었다.
미카와치야키 찻잔으로 사야마 차를 마시자 왠지 모르게 저절로 미소가 배어났다.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소설이나 수필을 읽던 때가 그리워졌다. 하지만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만나고, 헌책방에 다니고, 그리고 그다음 일이 뇌리를 스치자 바닥 없는 어두운 구멍으로 떨어지듯 온갖 감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가워지고, 현실감이 흐려지고,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듯한, 기묘하면서도 지독히도 무기력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소설에는 비리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자살을 선택하는 중간 관리자가 곧잘 등장한다. 그때마다 멍청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죽겠다고 결심하고 죽는 사람은 없다. 무언가에 끌어당겨지듯이,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결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행선지가 정해진 트럭을 담담하게 몰고 가듯이, 어떤 장소로 피해 옮겨 가려할 뿐이다. 하지만 내 인생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구나.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은 이런저런 물건들을 트럭으로 운반하는 내 일은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후기
또한 주인공들 모두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고, 어떻게든 ‘새 출발’하려고 애쓰는 중 장년들인 데다 ‘보통 사람들’이어야 했다. 체력도 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그리고 이따금씩 노쇠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살아가기 힘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 그 물음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역자 후기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서 가슴을 쿵 하고 울렸던 대사가 생각난다.
‘장미는 이제 없지. 그 대신 국화가 있지.’
아울러 다섯 편에 걸쳐 등장하는 물. 또는 마실 것이 상징하는 것은 피폐해 가는 우리를 적셔주는 힘찬 은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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